암스테르담에서의 가을 한 주를 보내고
가천의대 길병원 성연미
시작은 암스테르담이었다.
2011년 1월 어느 날. 달력을 훑어 보다 암스테르담에서 열리는 ESCR(European Society of Cardiac Radiology) meeting에 눈길이 갔다. 생소한 이름의 학회였지만 학회가 열리는 도시가 마음에 들어 초록을 준비해 보기로 했다. 사랑하는 후배이자 동료인 정선영 선생(제주대 병원 근무)이 흔쾌히 동반을 원했다.
2011년 3월. ESCR meeting 참석을 결정한 후, KOSCI 임원회의에서 ESCR 참가지원에 관한 얘기를 우연히 듣고 최상일 선생님께 문의하였더니 ASCI 대표로 참석하여 Case Discussion Session을 준비하라고 하셨다. 좋은 기회이자 경험이 될 것으로 생각되어 준비를 시작하였다.
2011년 봄과 여름 사이 어느 때. ESCR meeting에 같은 주제로 냈던 구연과 전시가 모두 채택되었다는 연락이 왔다. Case Discussion Session은 interactive mode로 준비하라고 하여 영어로 진행하는 것에 대한 부담감이 살짝 들었지만 해 보기로 마음 먹었다. 역시나 전시는 마감 하루 전 후다닥 만들어 제출했다.
2011년 9월. ESCR 측에서 Magna Cum Laude Award를 받았으니 EPOS Highlighted Session에서 구연 발표를 하라는 요청이 왔다. 스팸 메일인가? 2008년 참석했던 NASCI에서처럼 AHA Young Investigator Award Finalist이고 발표 후 결정하겠다는 것인가? 찬찬히 다시 읽어 보니 정말 Magna Cum Laude Award를 준다는 얘기 같았다. 구연 발표가 하나 더 늘었다.
2011년 10월 출발 전. ESCR meeting 날짜는 다가 오는데 발표 준비는커녕 슬라이드도 다 못 만들었다. 이사 문제를 비롯한 개인적인 일들에 신경을 쓰다 보니 이런 상황이 되어 버렸다. RSNA 전시 제출 마감을 앞둔 정선영 선생도 마찬가지 상황이었다. 낮에는 열심히 네덜란드를 즐기고 밤마다 면학 분위기를 조성하기로 함께 다짐하고 비행기에 올랐다.
ESCR meeting 시작 전 네덜란드 여행. 렘브란트, 고흐, 베르메르 등의 유명한 화가를 배출할 수 밖에 없는 아름다움과 정취를 가지고 있는 나라, 여행자의 목을 축이는 하이네켄을 만들어 내는 나라, 안네 프랑크가 숨어 지내며 전쟁의 참혹함을 일기로 전한 집이 보존되어 있는 나라, 자전거가 일상인 나라 등등이 네덜란드에 대한 나의 인상이었다. 특히, 반 고흐 미술관에서 고흐의 삶에 함께 공감할 수 있었고, 마우리츠하이스 미술관에서 꼭 보고 싶었던 베르메르의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를 만날 수 있었다. 크륄러 뮐러 미술관 근처 어느 운치 있는 모텔의 따뜻한 스프는 생각하지 못 했던 추위를 녹여 준 소중한 기억으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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